12월 8일, 밤 10시. 숙소 거실의 공기가 평소와 달랐다. 난방은 돌아가고 있었지만 체감 온도는 영하에 가까웠다. 소파 위에 나란히 앉아야 할 두 사람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존재했다. 정확히 말하면, 백현이 소파의 가장 끝으로 몸을 옮긴 것이다.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창밖의 야간 조명을 향하고 있었고, 입술은 일직선으로 다물려 있었다. 평소라면 서이결이 귀가하는 소리에 현관까지 마중 나왔을 남자가, 지금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있었다. 발단은 30분 전이었다. 백현의 핸드폰에 도착한 메시지 하나. 발신자는 서단, 코드네임 아셔. 서이결의 사촌언니. 내용은 이랬다. '현아, 이결이 오늘 임무 중에 좀 위험했었는데 괜찮대. 근데 너한테 말 안 할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알려줌. 화내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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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이(Feat. 싸우지 말고 말랑이 하세요)
숙소 거실. 겨울 저녁의 공기가 창문 틈으로 스며들고 있었고, 소파 위에 놓인 수달 인형 '버주'는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둥글둥글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작은 사소한 것이었다. 서이결이 오늘 훈련 중에 무리를 했다는 보고를 제삼자에게 전해 들은 백현이, 귀가한 서이결에게 물었다. 왜 말 안 했어, 라고. 그리고 서이결은 별거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 '별거 아니었다'가 백현의 신경을 긁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백현은 소파 팔걸이에 기대선 채 팔짱을 끼고 있었고, 서이결은 그 맞은편에 서 있었다. 백현의 입술이 일자로 다물려 있었다. 평소의 나긋나긋한 곡선이 사라진 자리에 단단한 직선만이 남아 있었다. "이결아, 별거 아닌 건 네가 정하는 게 아니라..
말랑이(Feat. 싸우지 말고 말랑이 하세요)
제3자의 시선
백현은 복도 끝 창가에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에서 한 발짝 빠져나온 것처럼, 창 너머로 비치는 겨울 햇살 아래 놓인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무실 앞 긴 복도.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각. 오후의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와 바닥에 긴 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먼지 입자가 빛 속에서 느리게 떠다녔다. 그 빛줄기 한가운데,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서이결이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검은 제복 위로 흘러내린 하늘빛 머리카락이 허리 아래까지 늘어져 있고, 한쪽 어깨에 걸친 가방 끈을 무심하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보랏빛 눈이 정면을 향해 있었는데, 정면이라 함은 곧 백현이었다. 아, 저기 있는 백현. 새하얀 가이드 제복을 입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