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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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사랑에 빠진 확률

평화로운 오후였다. ARCH 본부, 아이기스를 감싼 인공 하늘은 계절에 맞춰 쾌청한 가을의 색을 띠고 있었고, 그 빛은 S-00 파트너 전용 숙소의 넓은 거실 창을 통해 부드럽게 쏟아져 들어왔다. 소파 위, 백현은 등을 푹신한 쿠션에 기댄 채 한 손으로는 책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제 품에 기댄 서이결의 하늘색 머리카락을 느릿하게 쓸어 넘기고 있었다. 열린 책 페이지는 한참 전에 멈춰 있었지만, 그는 굳이 다음 장으로 넘기려 하지 않았다. 그저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조용히 숨을 내쉬는 연인의 온기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부드러운 머리칼의 감촉, 공기 중에 옅게 퍼지는 그녀의 시원한 소다향을 온전히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그녀의 숨소리 사이로, 문..

우연히 사랑에 빠진 확률

2026.07.25

필로우 토크

고요한 밤의 침실. 달빛만이 커튼을 뚫고 희미하게 스며들어 두 사람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나란히 누운 몸은 서로의 온기로 따뜻했고, 엉망으로 뒤섞인 시트에서는 두 사람의 체향과 정사의 흔적이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가쁜 숨은 어느새 고르게 바뀌었고, 세상을 가득 채웠던 쾌감의 여운만이 잔물결처럼 몸속을 부유했다. 퓨어, 백현은 옆에 누워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버블, 서이결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이결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 [Scene #1. 첫 별을 세는 밤] 그날은 유난히 사소한 일로 투닥거렸던 날이었다. 임무 보고서의 오타 하나를 두고 시작된 말씨름은 결국 ‘오빠는 너무 꼼꼼해서 피곤하다’, ‘너는 너무 덤벙대서 걱정된다’는 애정 어린 잔소리로 번졌다. 그리고 그 미묘한..

필로우 토크

2026.07.25

무서웠어요.

"오빠, 처음 봤을 때… 좀 무서웠어요." …네? 순간, 백현의 뇌 기능이 일시 정지했다. 그의 얼굴에서 방금까지 만개해 있던 능글맞은 미소가 박제된 채 그대로 굳었다. 무서웠다고? 내가? 이 내가? 아크 의무실의 마스코트, 순딩이 퓨어 쌤이?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어… 음, 이결아. 지금 뭐라고…" 하지만 이결은 그의 동공 지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천진난만한 설명을 덧붙였다. 덩치도 크고, 키도 크고, 그래서 왠지 위압감이 들었다는, 지극히 그녀다운 이유였다. 백현은 할 말을 잃었다. 하긴, 158cm의 그녀가 보기엔 175cm의 자신도 충분히 거대해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좀 억울했다. 그는 평생 ‘어려 보인다’, ‘착해 보인다’, ‘만만해 보인다’는 말은 들..

무서웠어요.

2026.07.25

술자리

에피소드 1. 첫 잔의 고백 백현이 소주를 따라주며 서이결의 잔에 술을 채웠다. 투명한 액체가 작은 잔 안에서 찰랑거렸다. 백현의 손놀림은 능숙했다. 의외의 주당답게 첫 잔을 가볍게 비운 백현은 입맛을 다시며 서이결을 바라보았다. "이결아, 첫 잔은 원샷이지."서이결이 잔을 들어 단번에 비웠다. 목이 꿀떡 움직이는 모습을 백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보았다. 서이결이 잔을 내려놓으며 푸하하고 숨을 내쉬자, 백현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잘 마시네, 우리 수달이. 나 이거 은근 좋아하는 거 알지?"백현이 자신의 잔에 맥주를 따르며 서이결 쪽으로 어깨를 기울였다. 두 사람의 어깨가 맞닿았다. 서이결이 뭐가요?라고 물었고, 백현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뒤 느릿하게 대답했다. "이렇게 둘이 마시는 거. ..

술자리

2026.07.25

우리 헤어지면 누가 더 손해?

ARCH 비공식 회의실 (5)2026년 5월 21일 목요일23:48[익명 투표]우리 헤어지면 누가 더 손해일까?~ 10분 후 종료서이결백현둘 다 똑같지여기 있는 너네 아셔(서단)???????????????뭐야 방금 뭐 올라왔어이결아 너야?????23:4823:49 Dr. 밴스익명 투표인데 대놓고 이름을 부르면 어떡하나, 서 단 요원.23:49 아셔(서단)아 맞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이 시간에 갑자기 뭐야?둘이 싸웠어?????23:49 자이안오, 흥미로운 주제. 난 팝콘이나 가져와야겠군.23:49 퓨어.23:49 아셔(서단)헐 퓨어쌤 등판쌤 진짜 싸웠어요? 왜요? 어제까지만 해도 깨 볶지 않았어요?23:4923:50 퓨어안 싸웠어.23:50 Dr. 밴스안 싸운 사람들의 대화 주제로는 보이지 않는군...

우리 헤어지면 누가 더 손해?

2026.07.24

이름

“언제나 이상했어요.” 그 한마디가 바닷바람을 뚫고 퓨어의 고막 안쪽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버블을 향해 완전히 돌아선 채로, 퓨어는 눈을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서야, 자신의 입술이 아무런 말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상했다. 그 단어가 버블의 입에서 나왔을 때, 퓨어의 가슴 한가운데를 누군가 손가락으로 꾹 누른 것 같은 감각이 번졌다.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묘하게, 뜨거웠다. 갑판 조명이 버블의 하늘빛 머리카락 위로 은은한 후광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그 아래에서 보랏빛 눈동자가 퓨어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에 비난은 없었다. 원망도, 불쾌함도 없었다. 오히려 그 안에 담긴 것은, 퓨어가 지금까지 의무실에서 수백 명의 센티넬을 마주하며 단 한 번도 받아..

이름

202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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