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 고기가 익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경쾌한 교향곡 같다. 특히 그게 삼겹살이라면 더더욱.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지는 황금빛 삼겹살과, 그 옆에서 기름을 머금고 반짝이는 버섯과 김치. 완벽한 삼합이었다. 백현은 집게를 든 채로 맞은편에 앉은 서이결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휴일 저녁을 이렇게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건, 사소하지만 가장 확실한 행복이었다.

"자, 다 익었다. 우리 이결이, 아- 해봐."

백현은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집어 서이결의 앞접시에 놓아주었다. 서이결은 기다렸다는 듯 젓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고기를 집는 대신, 그녀는 자신의 앞에 놓인 싱싱한 상추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야무진 손길로 그 위에 밥을 조금 얹고, 파절이를 올리고, 쌈장을 콕 찍은 삼겹살을 올렸다. 거기까지는 아주 교과서적인,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이었다.

서이결은 정성을 다해 싼 쌈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백현에게 내밀었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망울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오빠, 아-! 제 마음이 가득 담긴 쌈이에요!"

마음이 가득 담긴 쌈. 그 얼마나 감동적인 말인가. 백현은 감동에 젖은 표정으로 서이결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연인이 이렇게나 사랑스럽다. 그는 기꺼이 이 거대한 사랑의 증표를 받아먹기로 했다. 한입에 다 넣기에는 조금 커 보였지만, 사랑으로 만들었다는데 예의가 아니지. 백현은 활짝 웃으며 상체를 숙여 쌈을 향해 입을 벌렸다.

"우리 이결이가 주는 건데 당연히 먹어야지. 어디, 얼마나 마음을 가득 담았나 볼까?"

상추의 싱그러운 향과 고소한 고기 냄새, 짭짤한 쌈장의 향이 코끝을 스쳤다. 백현은 망설임 없이 쌈을 입안 가득 밀어 넣었다. 우물. 볼이 터질 것처럼 빵빵해졌다. 그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서이결에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역시 서이결이 싸준 쌈이 최고야. 그렇게 생각하며 첫 번째 저작 운동을 시작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삭- 하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서 무언가 터져 나왔다. 첫 번째는 알싸하고 아린 맛. 통마늘이었다. 그래, 마늘은 삼겹살의 친구지. 괜찮아. 이 정도는 예상 범위 내였다. 하지만 곧이어 두 번째 폭탄이 터졌다. 첫 번째와는 비교도 안 되는, 혀를 찌르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공격. 청양고추였다. 그것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작정하고 다져 넣은 것처럼 입안의 모든 점막을 향해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백현의 씹는 동작이 순간 멈췄다.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격하게 흔들렸다. 이게... 마음이 가득 담긴 쌈이라고? 이결이의 마음은...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었나? 혀끝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입안 전체로 번져나갔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모든 것이 불덩이 같았다. 평소의 나긋하고 부드러운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의 얼굴은 점차 새하얗게 질려갔다. 하지만 뱉을 수는 없었다. 이것은 사랑이 담긴 쌈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눈앞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이결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차마 뱉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귀에서 삐- 하는 이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그는 간신히 쌈을 삼켰다. 불덩이가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꾸울꺽. 그는 거친 소리를 내며 쌈을 넘긴 뒤, 떨리는 손으로 옆에 놓인 물컵을 집어 들었다. 컵을 입에 가져가는 그 짧은 순간, 그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이건 감동의 눈물이 아니었다. 순수한, 생리적인 반응이었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 백현은 핼쑥해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혀는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는 멍한 눈으로 맞은편의 서이결을 바라보았다. 서이결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미안해하고 있을까, 아니면 걱정하고 있을까. 하지만 백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입을 가린 채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는 서이결의 모습이었다. 어깨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아. 당했다. 완벽하게.

백현은 허탈하게 웃으며 테이블 위로 엎드렸다. 이마가 차가운 테이블에 닿자 그나마 열기가 좀 가시는 듯했다.

"...이결아."

그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오빠... 지금 혀에서 불 나. 아쿠아 타입 센티넬 아니었어? 왜 파이로 타입의 힘이 느껴지지...?"

그는 끙,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애절한 표정으로 서이결을 바라보며 입을 살짝 벌렸다.

"가이딩... 가이딩이 필요해. 혀에... 힐링 버프 좀 걸어줘... 아, 아니. 키스해줘. 빨리..."

장난에는 장난으로. 백현은 맵고 아픈 와중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붉어진 얼굴과 눈물 맺힌 눈으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서이결에게 입술을 내밀었다. 이 정도의 고통을 겪었으니, 이 정도 보상은 받아야 마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