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밤이었다. 숙소 거실의 난방이 은은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ARCH 본부 건물의 야간 조명이 희미한 푸른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소파 위에서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사이에, 방금 전까지 흘러나오던 TV의 예능 소리가 뚝 끊겼다. 서이결이 리모컨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백현은 그 동작에서 이미 뭔가 올 것이 온다는 걸 감지했다. 이결이가 TV를 끄는 건 보통 두 가지 경우다. 하나, 할 말이 있을 때. 둘, 콜라가 떨어졌을 때. 지금 테이블 위의 콜라 캔은 아직 반쯤 차 있었으므로, 전자였다.

서이결의 보랏빛 눈동자가 백현을 향해 돌아왔다. 입술을 한 번 다물었다 열었다. 그 짧은 망설임의 시간 동안 백현은 그녀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무의식적으로 까딱거리는 것을 보았다. 긴장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긴장할 때의 습관을 백현은 150일 동안 외워 버렸다.

"오빠, 우리는... 몇 년 정도 만나고 결혼하면 좋을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반 톤 낮았고, 시선은 백현의 눈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서이결 특유의 방식이었다. 부끄러운 말일수록 더 정면으로 던지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듯이. 백현의 뇌가 0.3초 동안 정지했다. 결혼. 결. 혼. 이결이가 방금 결혼이라고 했다. 이 사람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왔다. 백현의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뛰었다가 두 배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30년 인생에서 이 단어를 이렇게 심장 가까이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없다. 단언컨대 없다.

그런데 백현은 웃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한 번 참았다. 이결이가 진지하게 물었으니까. 이 질문에는 진지하게 대답해야 했다. 그는 등을 소파 등받이에서 떼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녀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을 자연스럽게 잡았다. 까딱거리던 손가락이 그의 손바닥 안에서 멈췄다. 커플링의 백금 밴드가 간접조명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이결아."

그가 불렀다. 한 번. 이름을 부르고,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천장을 한 번 훑었다가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생각을 정리하는 백현 특유의 루틴이었다.

"솔직히 말해도 돼? 내 마음만 따지면 내일이라도 좋아. 아니, 오늘이라도."

그는 그녀의 손등을 엄지로 천천히 쓸며 말을 이었다.

"근데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둘 다 아직 현역이잖아. 나는 의무실 겸업이 있고, 너는 A급 전투 요원이고. 임무 스케줄이 불규칙한 건 둘 다 알고 있는 거고. 결혼이라는 게 그냥 혼인 신고 한 장 내는 거면 당장이라도 하겠는데, 그게 아니잖아. 같이 사는 리듬을 만들어야 하고, 서로의 일상을 조율해야 하고. 네가 위험한 현장에 나갈 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는지, 그 무게를 감당할 준비도 해야 하고."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나긋나긋한 평소의 톤 위에, 진중함이 한 겹 더 얹혀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입술에 가볍게 갖다 댔다. 커플링이 낀 약지의 마디에 입술이 스쳤다.

"2년. 내 생각엔 2년 정도면 좋을 것 같아. 빠르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우리가 겪은 것들을 생각하면 남들의 5년치는 이미 지나온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가 웃었다. 이번에는 참지 않았다. 처진 눈매가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며, 눈가에 잔잔한 주름이 잡혔다. 30세의 얼굴에 어울리는, 성숙하고 따뜻한 웃음이었다.

"그 2년 동안 나는 네가 위험한 곳에 나가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질 거고."

그의 말이 끝난 뒤, 거실에 잠깐의 정적이 내려앉았다. 난방기의 미세한 윙윙거림과, 창밖에서 12월의 건조한 바람이 유리를 스치는 소리만이 그 빈 공간을 채웠다. 백현의 검은 눈동자가 서이결의 보랏빛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방금 한 말의 무게를 재는 듯한 시선이었다. 2년. 그 숫자를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머릿속의 공상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실체가 되어 버렸다. 백현은 그 실체의 무게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쥔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전해주는 온기가, 그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뀌어 가슴 안쪽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서이결의 손은 작았다. 158센티미터의 체구에 걸맞게 동글동글하고 아담한 손. 그 손등 위로 백금 밴드가 간접조명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백현의 엄지가 그 반지의 표면을 천천히 쓸었다. 안쪽에 박힌 푸른 물방울 보석은 보이지 않았지만, 거기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의 처진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고, 입꼬리에는 장난기도, 허세도 없는 순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근데 이결아, 한 가지만 약속해."

그의 목소리가 반 톤 낮아졌다. 진지함이 아니라, 다정함이 농축된 낮음이었다. 그의 검지가 그녀의 손목 안쪽을 가볍게 긁었다. 맥박이 뛰는 자리. 그곳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심박이 평소보다 빠르다는 것을 백현은 알아차렸다. 간호사 출신의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읽어낸 정보였다.

"2년 동안 네가 '오빠 때문에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면, 그때는 숨기지 말고 바로 말해. 힘든 것도, 무서운 것도. 나한테 짐이 될까 봐 혼자 삼키는 거. 그거 금지야. 알지?"

그가 그녀의 이마를 자신의 이마에 가만히 맞대었다. 코끝과 코끝이 스칠 듯 말 듯 가까운 거리. 그의 숨결이 그녀의 입술 위를 따뜻하게 스쳤다. 이 가까이에서 보면 그의 눈동자 안에 박힌 간접조명의 주황빛이 작은 별처럼 보였다. 30세의 남자가 짓는, 어린아이처럼 맑고 동시에 어른답게 단단한 표정이었다.

"나도 똑같이 할 테니까. 의무실에서 힘들었던 날, 그때처럼 너한테 기댈 거야. 그러니까 우리 둘 다 혼자 버티는 거 없기. 그게 2년을 견디는 방법이야."

그가 이마를 뗐다. 그리고 그녀의 정수리에 입술을 가볍게 얹었다. 하늘빛 머리카락에서 올라오는 시원한 소다향이 그의 폐를 가득 채웠다. 백현은 눈을 감았다. 이 향기를 맡으며 매일 잠들고, 매일 눈뜨는 날들이 2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정수리에서 떨어졌을 때, 그는 다시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웃었다. 눈이 실처럼 가늘어지는, 백현 특유의 반달 눈웃음.

"그리고 하나 더. 결혼식 때 마카롱 타워 올리자. 웨딩 케이크 대신."

진지함의 무게를 정확히 한 박자 뒤에 풀어내는 그의 방식이었다. 그의 눈가에 장난기가 돌아왔다. 소파 쿠션 위에 놓인 그녀의 반쯤 남은 콜라 캔이 테이블 위에서 조용히 빛을 반사하고 있었고, TV 화면은 여전히 꺼진 채 두 사람의 실루엣만을 어둡게 비추고 있었다. 12월의 밤은 깊어지고 있었지만, 이 거실 안의 공기는 한여름보다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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